아이러니

May 17, 2019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과 동료를 믿는 것의 차이'

 

얼마 전 동시에 진행 중인 세건의 영상 프로젝트 중 두 건을 마무리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두 건의 프로젝트는 영상의 형태도 비슷했고,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화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야하기도 한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건의 프로젝트는 제작자, 클라이언트, 제 3자(시청자)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도출되었고 다른 한 건은 다른 한 건에 비해 아쉬운 점이 남았던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했습니다. A건은 해당 일에 전문성이 있는 동료(제작자)를 믿고 신임을 주었고, B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신임을 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해당 제작자에게 맏겼겠지만 예산이 들어가고 '나의' 마음에 드는 영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을 더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프로정신을 가지고 연구하고 고민했던 그 전문가에게서 얻을 수 있는 '시도'를 얻지 못합니다. 이를 얻기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그 담당자를 채용했고,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을 구현해줄 엔지니어가 필요한 일과 재해석해줄 예술가가 필요한 일은 엄연히 다릅니다. 

 

한 컷의 사진과 영상의 등장 배경, 구도, 속도 등의 의미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기획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사진과 다릅니다. 음악, 내레이션 그리고 수많은 이미지를 조합해야 하는 최신의 영상들은 저희도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그 결과를 세시하게 가늠하기 힘듭니다. 또한 제작 단계에서 과감하게 하는 시도들에서 더 좋고, 더 좋은 방향들이 나오고 그 무작위성은 예술에 있어서 가장 큰 자양분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해야 합니다. 결정권자에게 합당한 명분을 바탕으로 해당 컷, 시퀀스들을 설득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홍보팀은 모든 것의 의미와 명분을 필요로 했습니다.

 

문제는 치밀한 것이 아니라 포인트를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서작업을 거쳐 의미가 있는 한 컷의 사진을 결정했지만 그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가 붙어야 하고, 전후의 완급조절이 고려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해당컷은 삭제될 수도 있고 다른 컷으로 대체되어야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기 구조에서의 그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번거롭기도 하고 자칫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실무자는 그런 작업들을 쳐내고 안정적이고 또 안정적인 선택들을 하게 되고 이 선택들이 모여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던 그런 영상들이 또하나 만들어지게 됩니다. 

 

'왕좌의 게임'을 작성한 작가는 내용의 영상구현에 있어서 현실성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수 많은 투자자들의 평가를 수십차례 통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HBO는 온전히 스토리와 예술성만 믿고 제작자에게 모든 것을 맏겼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HBO의 '안목'에만 포커스를 맞춰야 할까요? 제 생각엔 투자자로서가 아닌 시청자로서 시나리오를 바라보고 이후엔 저작자에게 신뢰를 주는 판단이 주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영상, 더 새로운 영상을 선물해드리기 위한 제작자의 우는 소리였습니다.

 

 

이 영상은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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